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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안 온다. 1년 원내생 생활을 하며 밥을 먹고 바로 잠을 자는 습관이 생겼다. 처음에는 '밥 먹고 할 일도 없으니 잠이나 잘까' 하는 생각이었는데, 이제는 밥 먹고 잠을 안 자면 몸이 견디질 못하더라. 먹고 자고 일어나서 공부하다 다시 먹고 자고 일어나서 공부하니 자연스레 새벽에 자게 되고 악순환의 반복... 오늘은 도저히 안 되겠어서 이런 습관을 바꿔볼까 하고 평소엔 마시지도 않던 커피를 사서 마셨다. (시험 기간을 제외하고) 원래 커피만 마시면 통 잠을 못 자는 터라 저녁 먹고 안 잔다는 목적은 달성했는데, 부작용으로 새벽 4시가 넘은 지금까지 정신이 말짱하다. 낮잠 안 자고 일찍 자려고 마셨는데, 이러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저번 주로 ST케이스도 마무리했고 해서 번거로운 일들은 거진 끝난 셈이다..
카르투넨과 살로넨의 뒤티외 첼로 협주곡 H.Dutilleux : Cello Concerto [Tout un monde lointain...] Anssi KarttunenOrchestre Philharmonique de Radio FranceEsa-Pekka Salonen DG 솔직히 난 첼로 협주곡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이든 첼협 정도나 예외지 드보르작, 엘가, 차콥의 로코코, 프로콮의 신포니아 콘체르탄테 등등 유명한 곡들을 들어도 그냥저냥... 그러다 뒤티외, 카터의 첼협을 듣고서야 첼협의 매력에 눈을 떴다. 여전히 드첼협, 엘첼협 등등은 잘 안 들어도 첼협 자체를 피하는 건 아니니 뒤티외와 카터가 고마울 따름. 요즘 '듣는' 카테고리에 글을 쓰면서 간단하게 위키피디아에 있는 곡 정보를 참조한다. 저번의 코플랜드 클협이나 이번 뒤첼협이나 인..
쉬프의 야나체크 피아노 소나타 Leoš Janáček : Piano Sonata 1.X.1905 András Schiff ECM 이 음반을 들을 때면 항상 야나체크의 피아노곡은 비교할 작곡가가 없는, 야나체크만의 고유한 음악을 들려준다는 생각을 한다. 후기 스크리아빈과 더불어 자기 색이 가장 뚜렷한 작곡가라는 느낌. 대체제가 없다. 야나체크를 듣고 싶으면 야나체크를 듣는 수밖에. 야나체크 피아노 소나타를 들으면 '상실'이라는 단어가 떠오른다. 억눌린 슬픔과 미묘한 덧없음의 혼재. 이런 추상적인 말을 하고 싶지는 않은데, 정말 그렇게밖에 설명할 수가 없다. 아, 같은 체코 사람이라 그런지 몰라도 야나체크 피아노곡을 들으면 밀란 쿤데라의 소설이 떠오른다는 것도? 현사나 관현악곡을 들을 때는 그런 느낌이 없는데, 유독 피아노 독주곡만 들으..
아르덴과 갬빌의 코플랜드 클라리넷 협주곡 A.Copland : Clarinet Concerto Laura ArdenNashville Chamber OrchestraPaul Gambill Naxos 코플랜드의 클라리넷 협주곡과 애팔래치아의 봄이 있는 낙소스 음반이다. 옛날에 서울시향에서 채재일 협연으로 코플랜드 클라리넷 협주곡을 한다기에 예습용으로 질렀던 것 같다. 그때는 classics today도 찾아보던 때라 요 음반이 거기서 연주 10점 / 녹음 10점을 받아서 그것만 믿고 지른 느낌. 못 미더운 사이트의 리뷰만 믿고 지른 셈인데, 지금까지도 아껴 듣는 음반이라 용케 잘 얻어걸렸다고 해야겠다. 몰랐는데, 유명한 재즈 클라리네티스트 베니 굿맨의 의뢰로 작곡된 곡이라고 한다. 이제야 곡 특유의 어깨를 들썩들썩하는 분위기가 이해되네. 역시 토종..
17년 10월 2차 음반 지름 잡지 하나 사려다 배송비 내기 싫어 음반을 하나 같이 주문했다. [C.Orff / Simon Rattle, Berliner Philharmoniker / Carmina Burana / Warner] 래틀의 오르프 카르미나 부라나. 그냥 요훔 음반 하나만 있어도 되지 않을까 싶은 곡인데, 요 연주를 들어보니 음반을 사지 않을 수가 없더라. 들어보면 ㄱㅋ 200자평에 백번 공감하게 된다. 모든 녹음 가운데 가장 '휘발성'이 강한 연주. 래틀은 묵직한 무게감에서 나오는 박력을 과감히 포기하고 가볍고 날렵한 스타일을 추구한다. 특히 초반 몇 곡의 속도감은 어이가 없을 정도. 경박하다고 느낄 수도 있으나 재치가 넘치며 색채감도 화려하다. 독창은 평이한 수준이나 합창은 민첩한 발성으로 흥을 돋운다. 텍스트에 내재하..
알반 베르크 쿼텟의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4번 죽음과 소녀 F.Schubert : String Quartet No.14 in D minor, D.810 [Death and the Maiden] Alban Berg Quartett EMI 현악 사중주에 익숙해지는 일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피아노 소나타와 피아노 협주곡으로 클래식을 시작해 교향곡, 관현악곡으로 범위를 넓혀갔지만, 현사만큼은 쉽사리 친해질 수 없었다. 깽깽거리는 현악기 소리에 영 정도 안 가는데, 그런 현악기 4대가 모인 편성이라니... 더군다나 ㄱㅋ에서는 얼치기 애호가들이 '클음 감상의 종착역은 현사죠' 같은 소리나 하고 있었고 뉴비인 나에게는 저게 정말 사실인 마냥 느껴졌었다. '아직은 현사 들을 내공이 아닌가봐' 하는 생각을 하니 더더욱 현사가 어렵게만 느껴졌었고. 음반 지름 정리를 보니 현사..
리히터와 클라이버의 드보르작 피아노협주곡 A.Dvořák : Piano Concerto in G minor, op.33 Sviatoslav RichterSymphonieorchester des Bayerischen RundfunksCarlos Kleiber EMI 리히터와 클라이버의 드보르작 피아노협주곡. 어제 올린 바비롤리의 시벨리우스 2번처럼 이 음반 역시 처음 들었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감상실에서 할 일도 없어 음반인아 쭉 보다가 '어, 드보르작이 피아노협주곡도 있었네?'하며 음반을 꺼내고, '어, 리히터에 클라이버잖아?'하고 놀라고, 음악을 듣다가 '어, 생각보다 괜찮은데?'하고 다시 놀라고. 엄청 추운 날이어서 손에다 후후 입김을 불어가며 멍하니 1악장을 들었었지. 그리고 집에 가 바로 음반을 주문했고. 난 나름 훌륭한 곡이라고 생..
바비롤리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J.Sibelius : Symphony No.2 in D major, op.43 The Royal PhilharonicSir John Barbirolli Chesky 바비롤리와 로얄필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뵘, 빈필의 브루크너 4번과 함께 교향곡의 매력에 빠지게 한 음반이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좁았던 첫 자취방, 시벨리우스와 괜히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음반 표지, 늦겨울의 쌀쌀한 날씨, 그리고 3악장에서 4악장으로 넘어가던 순간의 벅찬 감동이. 나름 뜻깊은 음반이어도 철이 지나니 안 듣게 되더라. 내 취향이 급속도로 깔끔, 냉정한 쪽으로 기울어진 탓도 있을 테고 클래식을 막 듣기 시작했을 때는 미친 듯이 새로운 곡을 찾아 헤맸기에 자연스레 잊혔을 수도 있겠다. 오라모, 세게르스탐, 콜린 데이비스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