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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알반 베르크 쿼텟의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4번 죽음과 소녀



F.Schubert : String Quartet No.14 in D minor, D.810 [Death and the Maiden]


Alban Berg Quartett


EMI



현악 사중주에 익숙해지는 일은 쉽지 않았던 것 같다. 피아노 소나타와 피아노 협주곡으로 클래식을 시작해 교향곡, 관현악곡으로 범위를 넓혀갔지만, 현사만큼은 쉽사리 친해질 수 없었다. 깽깽거리는 현악기 소리에 영 정도 안 가는데, 그런 현악기 4대가 모인 편성이라니... 더군다나 ㄱㅋ에서는 얼치기 애호가들이 '클음 감상의 종착역은 현사죠' 같은 소리나 하고 있었고 뉴비인 나에게는 저게 정말 사실인 마냥 느껴졌었다. '아직은 현사 들을 내공이 아닌가봐' 하는 생각을 하니 더더욱 현사가 어렵게만 느껴졌었고.


음반 지름 정리를 보니 현사 입문도 좀 이상하게 했던 것 같다. 시작은 하이든으로 무난했지만, 다음은 라벨과 드뷔시(?)였고, 슈만(???), 브람스(?????), 슈베르트로 이어졌네. 하이든에서 슈베르트 죽음과 소녀, 드보르작 아메리카 같은 유명한 곡들 순서로 들었으면 더 일찍 현사에 정을 붙일 수 있지 않았을까. 대충 기억은 난다. 실연에서 라벨 현사를 듣고는 2악장에 반해 드뷔시 라벨 현사를 질렀을 테고 한참 슈만 교향곡에 불타던 때라 현사까지 질렀겠지. 브람스 현사는 잘 모르겠네.


죽소야 첫 음부터 청자를 옴짝달싹 못하게 사로잡아버리니 저항할 방법이 없었다. 모든 현사를 통틀어도 이보다 강렬한 도입부는 없을 듯? 1악장도 1악장이지만 처절히 우는 2악장에 가면 반하지 않을 수가 없고. 이제는 타카치, 린지, 파벨 하스의 연주도 있지만 여전히 알반 베르크만큼 기품있게 우는 음반은 없더라. 첫 음반이 지금까지 명반인 흔치 않은 경우? 음반으로는 없지만, 예전 ㄱㅋ 방송에서 들은 부슈 쿼텟은 혼이 나갈 정도로 우는 연주라 아직도 기억이 난다. 근데 부슈는 아마 반복을 생략했던 것 같아서 마이너스가...


같이 실린 로자문데는 곡이 심심해서 그냥 그렇다. 죽소, 현사 15번, 현5와 같이 끼기엔 곡 자체가 약한 느낌. 내일도 슈베르트나 들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