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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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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지 사중주단의 슈베르트 현악 오중주 드디어 빽빽이 숙제를 끝냈다! 원래 오늘 남쪽으로 내려갈 계획이었지만, 뭔가 요상하게 상황이 꼬여 내일 새벽에 내려가게 되었다. 새벽에 내려가서 봉사활동도 가야 하는데... 그래도 집에 조금 더 붙어있게 되어 음악을 더 들을 수 있는 건 좋다. 지금 듣는 곡은 ㄱㅋ에 언급되어 듣고 싶어진 슈베르트의 현악 오중주. F.Schubert : String Quintet in C, D956 The Lindsayswith Douglas Cummings ASV 가장 위대한 실내악곡을 뽑으라면 단골로 뽑히는 곡이지 아마. 내지에서는 미완성 교향곡 2악장과 더불어 슈베르트의 가장 영적인 곡이라는 말이 적혀있다. 그리고 이 곡을 작곡했을 때의 슈베르트가 얼마나 젊었던가도 언급하고. 같은 나이의 하이든은 op.9에서 놀고 ..
자비네 마이어의 프랑스 클라리넷 소나타 음반 오늘 분량의 방학숙제를 마치고 심심해서 쓰는 뻘글. 세상에 대학원 입학해서 빽빽이 숙제를 하게 되다니... 1주일에 60쪽 빽빽이를 쓰려니 완전 죽을맛이다. 수요일은 데이트, 토요일은 (역시나 방학숙제를 위한) 봉사활동이 있는 관계로 4일만에 끝내고자 하루에 15쪽씩 쓰려니 정말 힘들다. 아이고 내 손아... 뭐 빽빽이를 쓰며 음악만큼은 잔뜩 들을 수 있는 점이 그나마 위안이라고나 할까. C.Saint-Saëns : Clarinet Sonata in E flat, op.167 F .Poulenc : Clarinet Sonata, op.184F.Devienne : Clarinet Sonata No.1 in C D.Milhaud : Scaramouche (arr.for clarinet & piano) Sab..
에센바흐의 슈베르트 - 피아노 소나타 21번 가끔은 공연이나 음반에서 원래 기대했던 곡이 아닌 다른 곡에 더 깊은 감명을 받게 되는 경우가 있다. 이 곡을 기대하고 간 공연인데 정작 다른 곡(특히 앵콜!)이 더 좋았다던가, 요 곡을 들으려고 산 음반인데 오히려 신경 안 쓰던 곡을 더 잘했다던가 하는 식으로 말이다. 툭 까놓고 말하자면 원래 기대했던 곡이 별로였다는 얘기겠고 미화해서 말해보자면 예기치 못한 즐거움을 발견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당연히 정신 건강을 위해서라면 후자 쪽으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하겠고^^ F.Schubert : Piano Sonata No.21 in B flat major, D960 Christoph Eschenbach Harmonia Mundi France (HMF) 위 음반은 당연하다면 당연하게도 슈베르트의 '백조의 노..
한과 살로넨의 쇤베르크 - 바이올린 협주곡 이제는 좀 시들해졌지만, 한때 힐러리 한의 음반을 열렬히 모으고 듣던 때가 있었다. 되돌아보니 내가 그녀에게 반했던 이유는 외모 어떤 곡을 연주하더라도 결코 침착함을 잃지 않는 그녀의 소리가 한가지였고, 환상적인 옆라인 비주류라 할만한 곡들을 꾸준히 취입해주는 것이 다른 한가지였다. 소니 시절 브람스에다 스트라빈스키를, 베토벤에다 번스타인을, 바버에다 마이어(메이어?)를 커플링하는 대범함을 보이더니 DG에선 차이코프스키에 힉던을 커플링하고 아이브즈 바이올린 소나타를 녹음하는 등의 감탄할만한 행보를 보여준 그녀 아니던가. 언제나 새로운 곡에 목말라 하는데다 특히나 바이올린 곡에는 과문한 나에게 그녀의 음반들은 하나하나가 새로운 세계를 보여주는 창과 같았다. 유명 레퍼토리도 잘 해내면서 새로운 레퍼토리 발굴..
치메르만의 리스트 - 피아노 소나타 F.Liszt : Piano Sonata in B minor Krystian Zimerman Deutsche Grammophon (DG) 올해 1월 3일에 쓰다가 마무리하기 애매해 비공개로 처리했던 것을 이제야 쓰는구나. 자소서 쓰기 싫으니 별짓을 다 하네 정말. 이제 보니 예전 글에서는 한번에 다루기 힘든 주제들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했던데 마무리하기 버거웠던 게 당연해 보이기도 하고. 확 갈아엎고 곡과 연주에 대한 감상만을 써야지. 치메르만(짐머만이라 쓰는 것이 더 익숙하긴 하지만)의 리스트 피아노 소나타 앨범을 듣는다. 베토벤 후기 소나타 다음으로 내가 가장 아끼는 피아노 소나타가 리스트의 것인데 무척 오랜만에 듣는 느낌. 치메르만은 장대한 곡의 규모와 리스트라는 이름이 주는 선입관에 굴복하지 않은 ..
에마르와 불레즈의 메시앙 - 새가 잠을 깨다 O.Messiaen : Le Réveil des oiseaux Pierre-Laurent Aimard (piano) The Cleveland OrchestraPierre Boulez (cond.) Deutsche Grammophon (DG) 나의 조심스러운 메시앙 여정은 DG에서 나온 정마에와 불레즈의 메시앙 음반들을 하나씩 질러주며 이어지고 있다. 10장짜리 박셋을 사는 게 훨씬 경제적으로 이득이겠지만, 나에게 메시앙은 진지한 감상의 대상으로 포함된 작곡가이기에 박셋으로 대강 훑어 듣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단지 문제라면 정마에와 불레즈의 메시앙 낱장 앨범을 구하는 일이 그리 녹록한 일이 아니라는 점이었는데, 그마저도 위대한 아마존을 영접하여 문제를 대충 해결할 수 있었다. 정마에의 '4인을 위..
나가노의 진은숙 - 로카나 진은숙 : Rocana Orchestre Symphonique de MontrealKent Nagano (cond.) Analekta 현대음악을 주제로 글을 쓰는 건 무척 부담스러운 일이다. 가장 추상에 가까운 예술인 음악을 통해 구체를 획득하려는 시도는 의미 있는 일일까? 많은 작곡가들이 음을 이용해 무언가를 묘사하거나 서술하려는 시도를 해왔지만, 거둔 성과는 다른 예술에 비해 미미할 따름이었다. 애초에 글자가 모여 단어가 되고 의미가 형성되는 문학, 혹은 선과 색이 모여 구체적 형태를 이룰 수 있는 미술에 비해 음악은 음과 리듬이 모여도 아무런 유의미를 구성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작곡가들의 무수한 시도가 있었음에도 순수한 음악을 통한 묘사나 서술은 이상에만 머물러, 곡의 제목이나 글로 된 부수적인 ..
벨러의 수크 - 아스라엘 교향곡 J.Suk : Symphony No.2, op.27 [Asrael] Natioal Orchestra of BelgiumWalter Weller (cond.) Fuga Libera 국내의 클덕 대부분이 동일한 경로를 통해 이 곡을 알게 되지 않을까 싶다. 「리흐테르 - 회고담과 음악수첩」이라는 책을 통해서 말이다. 책의 2부에는 리히테르 본인이 들은 실황이나 음반의 감상평이 실려있는데, 유독 리히테르가 이 곡을 듣고 호평을 한 일이 많기 때문이다. 생전 처음 듣는 작곡가의 곡을 다른 누구도 아닌 리히테르가 극찬하고 있으니 어찌 궁금해지지 않을 수 있을까? 아마 책을 읽은 대부분의 클덕들이 나와 같은 호기심으로 이 곡을 찾아 듣게 되었을 것이다. 이 곡을 안다면 누구나 다 알만한 기본적인 사실을 먼저 말해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