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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네스와 토비의 코른골드 - 바이올린 협주곡 E.W.Korngold :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35 James Ehnes (violin) Vancouver Symphony OrchestraBramwell Tovey (cond.) Onyx 나를 비롯한 대다수 클덕들에게 코른골드는 '어렸을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영화음악만 잔뜩 작곡한 인물' 정도로 기억될 것이다. 나름 실내악과 오페라에서 여러 작품을 남겼지만, 지금까지 생명력을 이어오는 곡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까 말이다. 이처럼 (클덕의 입장에서) 비운의 작곡가라 할 수 있는 코른골드지만, 그런 그도 클래식계에 주요한 유산을 하나 남길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 쓰는 글의 주제인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글을 쓰고자 곡의 정보를 찾던 와중 몇몇..
코롤료프의 바흐 - 골드베르크 변주곡 J.S.Bach : Goldberg Variations, BWV988 Evgeni Koroliov Hanssler 골드베르크 변주곡 자체에 대한 설명을 쓰는 것은 그야말로 사족이리라. 예전 스즈키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글을 쓰며 '나는 아마도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의 연주를 가장 다양하게 갖게 되지 않을까' 하는 얘기를 꺼낸 적이 있다. 허나 지금 글을 쓰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은 브란덴부르크 협주곡과는 경우가 다르다. 나의 골드베르크 여정은 몇 년 전 지른 이 음반에서 종결되었고 그 상태는 지금도 변함이 없다. 적어도 피아노로 연주한 골드베르크에서는 말이다. (뭐 현재 가지고 있는 골드베르크 음반 모두가 피아노로 연주된 거라 하프시코드로 연주된 골드베르크 음반은 하나 지르고프긴 하다.) 내가 이 연주를 왜 좋..
브렌델의 하이든 - 피아노 소나타 J.Haydn : 11 Piano Sonatas Alfred Brendel Philips 명성에 비해 유독 인기가 없는 작곡가는 아무래도 두 H씨, 그러니까 헨델과 하이든이 아닐까 싶다. 각자 바로크 시대와 고전파를 대표하는 거목이지만 하필 비교 대상이 바흐와 모차르트라서 그런 걸까? 클래식을 듣지 않는 사람이라면 이름조차 모를 말러나 브루크너가 클래식 애호가에게 열렬한 지지를 받는 것을 떠올려볼 때, 정작 그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는 헨델과 하이든이 클래식 애호가에게 외면받는다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어지간한 클덕이 아니고서야 즐겨듣는 헨델과 하이든의 곡이 몇이나 될까? 헨델은 메시아, 왕궁의 불꽃놀이, 수상음악 정도에서 끝날 테고 하이든은 첼로 협주곡과 천지창조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이다...
Eric Dolphy - Out To Lunch 블로그에 쓰는 첫 재즈 음반이 요놈이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었는데... 정말이지 요놈은 들을 때마다 모종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주는 멋진 앨범이다. 20세기 초에 발원한 재즈가 1960년대에 벌써 이런 식으로까지 발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대한... 잠깐 클래식 쪽으로 이야기를 돌려보자. 난 진정한 '현대음악의 개념'이 베베른에서 완성되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100년 전의 베베른이 어떻게 현대음악이냐고 따지는 난감한 짓은 부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분명 '현대음악'이 아니라 '현대음악의 개념'이라고 규정했다.) 쇤베르크가 12음 기법으로 기존의 화성체계를 뒤집었다면 베베른은 거기서 더 나아가 당시 무한히 발산해나가던 음악을 파편화시켰다. 베베른의 곡 중에는 황당할 정도로 짤막한 곡들이 자주 보..
스즈키의 바흐 -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J.S.Bach : Brandenburg Concertos Bach Collegium JapanMasaaki Suzuki (cond.) BIS 클래식을 듣다 보면 좋아하는 곡이 생겨 그 곡의 여러 연주를 찾아 듣게 되는 일이 흔하다. 그나마 난 매사에 쉽게 싫증을 내는 성격이라 비교적 한 곡의 여러 연주를 찾아 듣는 일이 적은 편이지만, 표현 그대로 '비교적'일 뿐이지 나 또한 보다 다양한 연주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끔 하는 곡이 여럿 있다. 1년에 하나씩 장만하겠다고 다짐한 베토벤 교향곡 전곡이나, 현재 가장 여러 종류의 연주로 보유하고 있는 쇼팽의 발라드나, 근래에 쳄발로 연주로 하나 새로 장만해야겠다고 느끼는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이나... 지금 언급한 곡들은 여러 연주를 갈망하게 한 가장..
브론프만과 진먼의 베토벤 - 피아노 협주곡 5번 L.V.Beethoven : Piano Concerto No.5 in E flat major, op.73 [Emperor] Yefim Bronfman (piano) Tonhalle Orchestra ZurichDavid Zinman (cond.) Arte Nova 다음 주에 있을 김선욱, 정명훈, 서울시향의 공연 예습을 위해 위 음반을 꺼내 듣고 있다. 공연 예습을 할 때는 공연에서 예상되는 연주와 최대한 흡사한 연주를 찾아 듣는 편인데 오늘만은 예외다. 베피협 5번은 내가 위의 음반을 워낙 아껴 어지간하면 다른 음반을 꺼내 듣지 않는 곡이니까 말이다. 황제야 클덕이라면 누구나 물릴 정도로 듣는 곡이고 나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황제'라는 거창한 부제가 있어 유명한 곡이지 그렇게 압도적으로 뛰어난 곡..
프로세다와 샤이의 멘델스존 - 피아노 협주곡 3번 F.Mendelssohn : Piano Concerto No.3 in E minor Roberto Prosseda (piano) GewqndhausorchesterRiccardo Chailly (cond.) Decca 저는 잊혀진 곡이나 작곡가, 혹은 현대음악을 지속적으로 대중에게 알리고자 노력하는 것이 프로 음악가의 필수적인 자질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바흐, 모차르트, 베토벤이 위대하다 해도 언제까지고 그들의 음악만을 들을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그들만큼 위대하지는 못하더라도 나름의 가치를 지닌 작곡가, 아니면 부당하게 현대에 와서 잊혀진 곡들, 또는 우리와 함께 호흡하는 현대음악을 소개해 클래식 음악 감상의 지평을 넓히는 일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클래식은 그저 죽어버린 음악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런..
크리스마스니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를 듣자! J.S.Bach : Christmas Oratorio Akademie fur Alte Musik Berlin Rene Jacobs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는 1년에 한 번은 들을 생각이 나게 하는 날이 있으니 운이 좋은 곡일지도? 작년에는 들어야지 들어야지 하고만 있다 까먹고 안 들었었는데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듣기 성공!야콥스와 스즈키가 선택지에 있었지만 비교적 적게 들은 야콥스로 결정!난 이놈을 아르모니아 문디 프랑스에서 낸 종교음악 박셋으로 가지고 있어서 낱장 커버는 처음 보는데 예쁘구나.'난 종교음악을 어지간하면 안 들을 테니 박셋으로라도 들어둬야지!'라는 마음가짐으로 질렀던 프랑스 문디 박셋...종교음악 박셋을 안 샀으면 지금까지도 종교음악과는 거리가 멀지 않았을까.비발디 페르골레지 로시니의 스타바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