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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에네스와 토비의 코른골드 - 바이올린 협주곡




E.W.Korngold :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35


James Ehnes (violin)

Vancouver Symphony Orchestra

Bramwell Tovey (cond.)


Onyx



 나를 비롯한 대다수 클덕들에게 코른골드는 '어렸을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었지만, 결과적으로 영화음악만 잔뜩 작곡한 인물' 정도로 기억될 것이다. 나름 실내악과 오페라에서 여러 작품을 남겼지만, 지금까지 생명력을 이어오는 곡은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니까 말이다. 이처럼 (클덕의 입장에서) 비운의 작곡가라 할 수 있는 코른골드지만, 그런 그도 클래식계에 주요한 유산을 하나 남길 수 있었는데 그게 바로 지금 쓰는 글의 주제인 바이올린 협주곡이다.


 글을 쓰고자 곡의 정보를 찾던 와중 몇몇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나는 이 곡이 작곡된 해가 1945년이라는 사실. 메시앙의 투랑갈릴라 교향곡이 1948년에 작곡되었음을 생각해보면 코른골드의 곡이 얼마나 '구시대적'인지 실감이 날 것이다.


 흥미로웠던 사실 두 번째는 코른골드가 그의 이전 영화음악들을 소재로 바이올린 협주곡을 작곡했다는 점이다. 이 사실을 알고 나니 곡이 구시대적인 이유가 납득이 갔다고나 할까. 이 곡의 풍부한 선율이 어디서 유래했는지도 알 수 있었고. 그는 자신의 곡이 영화 상영이 끝난 직후 잊히는 사실이 안타까워 바이올린 협주곡을 통해 잊히는 일을 막아보고자 했다고 한다. 지금에 와서 보면 그의 시도는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고.


 셋째는 별 거 아니지만, 이 곡을 초연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다름 아닌 하이페츠였다는 사실. 와우!


 넷째는 이 곡의 녹음이 2000년대 들어 활발해졌다는 사실. 고클의 디스코그라피를 보면 이 곡의 녹음이 총 19종 있는데, 그 중 10종의 녹음이 2005년 이후의 것임을 알 수 있다. 거진 반세기가 지나서야 곡의 가치를 인정받은 사례라고나 할까.



 이 음반을 지른 건 단순히 곡 선정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시대적·공간적 공통점 때문이지 코른골드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미국에서 1940년에 작곡됨)과 같이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음반은 거기에 월튼의 바이올린 협주곡까지 더 들어있었기 때문이다. 솔리스트도, 지휘자도, 오케도 익숙지 못한 이름이었지만 실린 곡이 마음에 들어 과감히 질러준 음반이었고.


 결과적으로 막 지른 이 음반은 나의 애청반이 되었다. 에네스라는 훌륭한 바이올리니스트를 발견할 수 있었던 고마운 음반이기도 하고. 2006년 나온 이 음반 이후 에네스는 멘델스존, 차이코프스키, 바르톡, 엘가, 파가니니 등의 곡을 왕성하게 녹음했는데 하나같이 다 호평을 받고 있는 모양이다. 마냥 믿고 갈 수 있는 연주자를 새로이 알게 되는 일은 언제나 기쁜 법이다.


 좋은 곡과 좋은 연주자를 알려준 고마운 음반. 요놈도 오래도록 나의 예쁨을 받을 것이 분명하다.




덧. 코른골드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실연으로 들을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한국에서는 어지간해선 들을 수 없겠지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