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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은

그간 좋게 들은 음반들 - 1

기록을 보니 19년 10월부터 음반이 아닌 애플뮤직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지금까지 약 2년 동안 들었던 음반 중 기억에 남는 놈들만 추려봤다. 좋은 쪽으로 기억에 남는 27장과 안 좋은 쪽으로 기억에 남는 9장이 나오더라. 9장씩 나눠서 올려야지.

 

[The Ocean / Pelagial]

 

 대학생 이후 안 듣던 메탈을 요즘 다시 듣고 있다. 이 앨범은 메탈 킹덤에서 연도별 베스트 음반을 보다 발견한 놈. 그래 이게 프로그레시브 메탈이지! 심해라는 주제를 완벽히 표현하는 사운드에 곡도 잘 쓰고. 모든 프록 메탈이 이만큼만 하면 얼마나 좋을까. 테크닉 과시용이 아닌가 싶은 수많은 프록 밴드들은 반성해야...

 

[L.V.Beethoven / Rudolf Serskin, Bruno Walter, New York Philharmonic / Piano Concerto No.5]

 

 알 사람은 알겠지만 난 클래식에서 옛 연주를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바모베는 더더욱! '1990년 이전(즉 아르농 전집 이전)에는 베토벤 교향곡 녹음이 거의 없습니다^^'라고 지금도 말하고 다니니까. 그런 나도 이제 스트리밍으로 전환하니 부담 없이 옛 녹음을 찾아들어보기도 한다. 제르킨의 황제도 그 덕분에 들어본 연주. 

 

 이걸 왜 이제 들어봤을까. 옛 녹음 기피는 교향곡으로 한정하겠습니다. 아무리 녹음 상태가 안 좋아도 음악은 잘하는 놈이 잘합니다. 황제 1등 자리를 드리겠습니다. 

 

[Steve Lehman Trio, Craig Taborn / The People I Love]

 

 요즘 내가 가장 많이 듣는 장르는 클래식이 아닌 재즈다. 그리고 난 이 앨범을 듣고 본격적으로 재즈를 듣기 시작했다 할 수 있다. 1950~60년대 재즈가 아닌 지금 시대의 재즈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계기가 된 음반이기도 하고. 홀리기라도 한듯 Ih Calam & Ynnus를 참 많이도 들었다.

 

[백예린 / Our love is great]

 

 워낙 유명한 음반이라 할 말도 없다. 야밤에 운전하며 듣기 제격이었지. 다른 차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양구군 시골 도로를 떠올리게 해주는 음반.

 

[GoGo Penguin / A Humdrum Star]

 

 내가 동일한 아티스트의 음반을 2장 연속으로 듣는 일은 무척 드문 편이다. 그 드문 일이 2년간 2번 일어났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고고 펭귄이다. 필립 글래스를 연상시키는 반복적인 피아노 멜로디에 역동적인 베이스와 드럼이 투다다다하는 피아노 트리오. 듣다 보면 '이게 재즈 피아노지!' 하다가 '근데 이게 왜 재즈지?' 싶기도 한 이상한 그룹. Raven, Window 같은 곡은 운전하면서도 자주 들었다.

 

[I.Stravinsky / Pierre Boulez, Chicago Symphony Orchestra / Pulcinella / CSO Resound]

 

 이제는 스트라빈스키의 초기 시절이 작곡가의 가장 재미없는 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무리 봄제가 강력하다 해도 솔직히 불새랑 페트로슈카는 이름값에 비해 약하다는 느낌이다. 시편 교향곡, 3악장 교향곡, 아곤, 레퀴엠 칸티클,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위한 악장에다 이 음반의 풀치넬라까지 이쪽이 훨씬 들을만한지.

 

 옛날부터 ㅎㅈㄱ 선배가 밀던 음반이라 들어야지 들어야지 하다 애플뮤직으로 전환한 후에야 들을 수 있었다. 이미 새로운 클래식 곡에 시큰둥하던 상태였던지라 큰 기대가 없었는데, 백만년만에 곡 자체의 아름다움에 진심으로 감동했다. 불레즈 지휘를 들으며 황홀한 경험을 할 줄 몰랐지. 이러니 클래식을 그만 들을 수 없구나 싶다.

 

[The Weekend / After Hours]

 

 이것도 워낙 유명한 앨범이라 할 말이 없다. 애플뮤직으로 가장 많이 들은 곡이 Blinding Lights일 것 같다. 참 많이 들었지만 지금 다시 들어도 좋다.

 

[Joshua Redman, Brad Mehldau, Christian McBride, Brian Blade / RoundAgain]

 

 전형적인 재즈계의 올스타 라인업. 아마 1990년대부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지금은 각자 최고의 자리에 위치한 연주자라 해도 과언이 아닐 테다. 이들이 모여 음반을 냈다고 해서 기대치가 하늘을 찔렀는데, 그 기대치를 충족해주는 멋진 음반이었다. 누군가 재즈를 들어보고 싶다고 하면 가장 먼저 권하고 싶은 음반이다. 재즈는 지금도 찬란히 빛나고 있다.

 

[O.Messiaen / Riccardo Chailly,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 Turangalila Symphony]

 

 곡이 명곡이라 뭘로 들어도 좋은 건지 샤이가 잘한 건지 모르겠다. 정명훈 음반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며 살았는데, 이걸 들으니 다른 연주도 궁금해지더라. 그래 지금 듣는 무티 전람회 봄제 음반 다음으로 다른 투랑갈릴라를 들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