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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음반 결산 - 클래식 best 7!

이번에도 역시 지른 클래식 음반 수를 /10 하고 반올림 해서 딱 7장만 꼽았다. 작년에 지른 음반들 목록을 보니 기억에 남는 음반보다도 '이것도 샀었지' 하는 음반이 훨씬 많아 우울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약간 음반을 사서 듣는 행위에 회의감이 들기도 했고.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음악 듣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 음반들이 있었기에 나는 올해도 음반을 계속 사고 음악을 계속 들을 것이다. 클래식보다 한국 대중 음악이나 메탈에 관심이 계속 가서 문제지.




Pierre-Laurent Aimard - The Warner Recordings



에마르의 워너 레코딩 박스


바로크에서 현대까지 아우르는 능력의 소유자, 에마르의 박스다. DG로 와서 무난무난 안전한 곡들 위주로 녹음하는 에마르지만, 이전에는 이처럼 도전적이다 못해 도발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곡들을 주로 녹음했더랬다. 드뷔시의 영상과 연습곡이 실린 1CD가 그나마 무난한 수준? 2CD에는 아이브즈의 대곡 콩코드 소나타를 비롯한 피아노곡들과 리게티의 에튀드가, 3~4CD에는 이 박스의 가장 유명한 연주라 할 수 있는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향한 20개의 시선'이 실렸다. CD5에는 라벨의 밤의 가스파르와 카터의 밤의 환상곡, 불레즈의 플루트 소나타와 피아노 소나타 1번이 실렸고. 마지막 CD6의 실황은 베르크의 소나타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3번, 리스트와 드뷔시와 메시앙과 리게티의 곡들이 실렸다. 드뷔시, 라벨, 베르크, 아이브즈, 메시앙, 리게티, 카터까지 중요한 20세기 피아노곡들을 훑은 이 박스는 연주는 물론 실린 곡들의 면면까지 올해의 best에 뽑히기에 부족함이 없다.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피아니스트 중 하나인 에마르에게 만세를.




Gustav Leonhardt - The Last Recordings


Alpha



레온하르트의 알파 박스


이번에는 시대 연주의 가장 위대한 인물 중 하나인 레온하르트, 그의 최만년 녹음을 모은 박스다. 이곳저곳 여러 레이블에서 음반을 낸 레온하르트가 가장 마지막에 선택한 레이블이 바로 알파였다. 거장이 다다른 마지막 경지를 느끼는 데 이보다 좋은 선택이 있을 수 있을까. 하프시코드, 오르간, 지휘까지 겸한 레온하르트의 모든 면모를 느낄 수 있는 훌륭한 박스였다. 위의 에마르 박스와 더불어 지르고 절대 후회 안 할 박스.




A.Bruckner : Symphony No.5


Concertgebouw Orchestra, Amsterdam

Eugen Jochum (cond.)


Tahra



요훔의 브루크너 5번 마지막 실황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역시나 또다른 거장의 최만년 실황이다. 요훔은 EMI와 DG에서 2번이나 브루크너 교향곡 전집을 남긴데다 브루크너 협회 회장까지 지냈지만, 지금에 와서 그의 브루크너는 딱히 인기가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 연주만큼은 다르다. 브루크너의 과욕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복잡한 구성의 장대한 교향곡 5번을 이보다 자연스럽게 풀어낼 수 있는 지휘자가 있을까. 4악장 마지막에서의 고양감은 카라얀이니 첼리비다케니 해도 비교가 안 된다. 요즘 구하기 어려운 놈이었는데, 우연히 오프 매장에서 발견해 팔짝팔짝 뛰며 좋아했던 기억까지 있어서 당연히 best에 선정한 음반이다.




I.Stravinsky : Symphonies


SWR Sinfonieorchester Baden-Baden und Freiburg

Michael Gielen (cond.)


Hanssler



길렌의 스트라빈스키 교향곡


3악장 교향곡, C장조 교향곡, 시편 교향곡을 모은 길렌의 음반. C장조 교향곡이나 시편 교향곡은 잘 모르겠지만 3악장 교향곡은 스트라빈스키가 남긴 역작이라고 생각한다. 길렌은 언제나 그래 왔듯 침착 차분하며 그의 이런 시선은 뒤를 돌아본 스트라빈스키에게 더없이 잘 어울린다. 오늘 불레즈의 부고를 들으니 길렌도 걱정이 된다. 하...




G.Scelsi : Natura Renovatur


Frances-Marie Uitti (cello)

Munchener Kammerorchester

Christoph Poppen (cond.)


ECM



우이티와 포펜의 셀시 음반


작곡가 셀시의 현을 위한 곡들을 모은 음반이다. 현음에 대한 글을 쓰는 건 나에게 불가능한 일이라 패스. 이 음반을 선정한 건 올해 오디오를 들여놓고 오디오의 성능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음반이어서이다. 심드렁하니 듣고 있던 음반이었는데, 오디오 하나 바꿨다고 전율을 느끼게 하다니! 현악기의 결 하나하나를 울려 이루는 분위기가 만든 어느 순간이 나를 사로잡았다고 해야 하나?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람. 어쨌든 잊을 수 없는 경험을 느끼게 해준 셀시의 음반 또한 올해의 best에 들만하다.




L.V.Beethoven : Piano Sonata Nos.21 & 29


김선욱 (piano)


Accentus



김선욱의 베토벤 소나타 21번, 29번 음반


사진이 흔들렸네. 악몽 같았던 서울시향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이후 처음 나온 김선욱의 음반이다. 이번에도 베토벤. 29번과 21번.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래저래 공연을 다니며 김선욱을 자주 보게 됐다. 처음이 아마 야노프스키, 베를린 방송 교향악단과의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이었지? 정마에와 서울시향과의 피아노 협주곡 5번도 봤고. 그리고 LG 아트센터에서 진행한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곡 공연의 마지막 피소 30~32공연도 갔고. 어째 다 베토벤이네.


사실 2번의 협주곡 모두 탐탁지 않았기에 그의 베피소 공연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기도 했다. 그래도 피소 30~32는 내가 가장 아끼는 곡인지라 실황을 듣는 것에 의의를 두고 공연에 갔고. 그리고 너무나도 훌륭한 연주를 듣게 되어 앞의 공연을 지나친 자신을 많이 원망했더랬다.


이 음반을 들으니 베피소 전곡 공연을 1번만 간 자신을 더 원망해도 괜찮겠다 싶다. 또랑또랑 피아노 소리도 훌륭하게 녹음됐을뿐더러 연주도 그가 얼마나 많이 곡을 연구했는지 알 수 있겠더라. 너 나 우리 모두 듣고 또 들은 베피소에서 자기 색깔을 뚜렷하게, 그것도 훌륭하게 보여주는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순식간에 나를 그의 팬을 자처하게 만든 음반. 당연히 best.


빨리 신보 내주세요...




J.Sibelius : Violin Concerto in D minor, op.47


Jascha Heifetz (violin)

Chicago Symphony Orchestra

Walter Hendl (cond.)


RCA



하이페츠와 헨들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마지막 하나를 고르는 일은 언제나 사람을 난처하게 한다. 결국 올해는 내가 가장 아끼는 바이올린 협주곡인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멋지게 연주해준 하이페츠에게 마지막 best 자리를 주게 됐네.


협주곡이 독주자 혼자 다 해먹는 것이 아니기에 이 연주를 '절대' 최고의 시바협으로 뽑을 수는 없다. 헨들의 지휘는 내가 지금까지 들어본 어떤 협주곡 반주보다 '병맛'이 넘쳐났고 이런 오케와 연주를 해야 하는 하이페츠가 불쌍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옆에서 발목을 잡아 끌어도 하이페츠는 혼자 삼국 무쌍을 찍었으니 대단하시네요... 하이페츠의 미친 연주와 역대급 멍청한 오케 반주를 잊을 수가 없어 best에 선정!


좀 반주가 밥값은 한 하이페츠의 시바협을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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