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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클래식 음반을 지를 때의 난감함.

 가끔 음반을 지르다 보면 난감한 기분을 느낄 때가 있다. '낱장으로 사느냐, 박셋으로 사느냐?' 하는 문제로.



 예를 들어보자. 나는 최근 리게티에 관심이 커져 리게티의 음반을 지르려고 한다. Sony에서는 Ligeti Edition이라는 이름 하에 7장의 음반을, Teldec은 Ligeti Project라는 이름 하에 5장의 음반을 내놨다. 그리고 소니는 기존에 나온 리게티 에디션 7장에 리게티의 오페라 그랑 마카브르를 추가한 박셋을 출시했고, 텔덱은 리게티 프로젝트 5장을 묶어 박셋을 출시했다.


 다행히도 소니의 리게티 에디션은 대부분 한국에서 구할 수 있고, 여차하면 아마존에서도 구할 수 있다. 하지만 박셋에 추가된 그랑 마카브르는? 그랑 마카브르는 낱장으로 나온 적이 없는 것 같고, 따라서 그 곡을 들으려면 필연적으로 박셋을 사야만 한다. 낱장으로 7장을 산 후 박셋을 추가하는 건 중복반 7장이 추가된다는 유쾌하지 못한 소리이고, 그렇다고 단번에 박셋을 사는 건 정말 멍청한 짓일 따름이고. 거기에 가격도 낱장으로 사는 것보다 박셋으로 사는 것이 훨씬 이득인 상황. 이래저래 난감할 따름이다.


 반면 텔덱의 리게티 프로젝트는 아마존을 뒤져도 낱장으로 다 모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나마 여긴 5장이 끝이니 박셋으로 지르는 것의 부담이 적은 상황. 부담이 적다고 해도 난감하기는 크게 다를 바가 없지만.



 '길렌의 말러 전집을 어떻게 지르느냐' 역시 난감한 문제이다. 내가 길렌의 말러에 경도된 상황이기에 그의 말러를 전집으로 지르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 낱장으로? 아니면 전집으로?


 길렌의 말러는 개별 발매 당시 독특한 커플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다. 아이브즈, 쿠르탁, 쇤베르크, 불레즈, 슈베르트 등등의 희귀 곡들이 말러의 교향곡과 커플링 되어있어 청자에게 독특한 감상의 재미를 선사하였다. 


 문제는 길렌의 말러가 박셋으로 묶이면서 커플링 된 곡들이 모두 증발해버렸다는 점에 있다. '대체 왜??'라고 반문하고 싶지만 '말러 교향곡 전집'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으니 말러가 아닌 작곡가의 곡이 들어있는 것도 이상할 법하기도 하다.


 비용을 생각해보면 박셋이 확실히 이득이다. 낱장을 모아 전집을 완성하려면 박셋을 사는 것보다 대충 2배 정도의 출혈이 예상되니까. 돈을 더 투자해 낱장으로 모으고 커플링 된 곡들을 얻느냐, 아니면 금전적인 면을 생각해 간단하게 박셋을 지르느냐 하는 문제이다.



 여기서 나의 선택은?


 리게티 에디션은 낱장으로 지른다. 9장이나 되는 묵직한 박셋을 멋모르고 질렀다가는 소화불량에 걸릴 확률이 무척 높으니. 단, 낱장으로 7장을 다 산 이후 박셋을 지르기 보다는 낱장으로 4~5장을 갖춘 후 박셋을 지르는 편이 좋을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리게티의 아카펠라같은 곡을 낱장으로 살 것 같지는 않으니. 박셋을 사도 소화불량에 걸리지 않을 정도로 낱장을 어느정도 갖춘 후 박셋으로 지르는 것이 나의 답이다.


 리게티 프로젝트는 내가 이미 1장 가지고 있는데다 박셋이 5장밖에 안 되는 작은 사이즈기에 바로 박셋을 질러주면 될 것 같다. 4장 정도는 소화시키는 것에 큰 어려움이 없으니까. 


 길렌의 말러는 낱장으로 가야겠다. 나에게 커플링된 곡들은 너무나도 매혹적이기에 도무지 그것들을 포기한다는 선택을 할 수가 없다. 길렌이 아니라면 언제 어디서 저런 곡들을 들을 수 있으려고? 틈틈히 길렌의 말러를 한두장씩 질러주며 차근차근 전집을 완성시켜야겠다.



 이렇게 나에게 많은 고민을 안겨준 박셋 3장을 어떻게 지를까 결정을 해두기는 했는데 저것들을 지를 날이 과연 언제가 될런지 모르겠다. 이것들 말고도 질러야 하는 박셋은 넘치고도 넘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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