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글에 이어서 이번에는 2014년의 best 음반! 14년에는 대학원에 적응하느라 헤매는 통에 예년보다 적은 106장의
음반을 질렀다. 106장 중 82장이 클래식이고 9장이 재즈, 나머지는 일렉 가요 락 메탈 음반들., 82장의 클래식 음반 중에서
가장 최근에 지른 놈들은 15년 후보로 돌려 이번 후보작은 총 79장. 언제나처럼 /10 하고 반올림해 클래식 8장, 재즈 1장을14년 best 음반으로 선정하기로 했다. 그리고 특별히 하나 추가한 음반이 있고.
순서는 순위와 무관하다. 하지만 14년 최고의 음반은 일찌감치 정해져 있어서...
Donald
Byrd의 A New Perspective
1장 고르기로 한 재즈가 가장 먼저 튀어나온 걸 보면 짐작할 수 있겠지만, 아무런 고민 없이 결정할 수 있는 14년 최고의 음반 되시겠다. 가스펠 합창이 껴있다는
얘기에 대체 뭐가 튀어나올까 몰라 겁만 먹고 지르기를 오래도록 주저했었지. 완전 바보짓이었다. 내가 지금까지 들은 재즈 음반 중 최고의 사운드가 여기 담겨있었는데 말이다. 허비 행콕, 케니 버렐, 행크 모블리는 환상적인 연주를 들려주고 합창은 어쩜 그리도 훌륭하게 곡과 어우러지는지. 첫 트랙 Elijah는 멘델스존의 Elijah를 가볍게 잊게 만들어주고 마지막 곡 Chant는 인생의 베스트 트랙 되시겠다. 이런 음악을 다시는 찾을 수 없겠지 아마도...
F.Liszt : Années de pèlerinage
Lazart Berman
Deutsche Grammophon (DG)
베르만의 리스트 순례의 해
가장 맛있는 음식을 제일 나중에 먹고자 일부러 남겨두는 심보라고나 할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인데, 순례의 해는 예외였다. 곡도, 연주도 명불허전. 이 유명한 연주를 두고 길게 말할 필요는 없으리.
R.Schumann : The Complete Solo Piano Music
Eric le Sage
Alpha
사쥬의 슈만 피아노 독주곡 전집
전집을 사면 으레 갖게 되는 두려움이 있다. 전곡을 들을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겠지 연주는 별로일 거라는. 다행히도 사쥬의 슈만 피아노 독주곡 전집은 또 예외였다. 다비드 동맹 무곡이나 크라이슬레리아나에서 느낄 수 있는 아찔한 현기증은 누구와 비교해도 부족함이 없었고 야상곡에서의 아름다운 음색은 각별한 것이었다. 슈만의 푸가곡들이나 여러 변주곡처럼 쉽게 들을 수 없는 곡을 알게 되는 재미도 있었고. 환상곡, 소나타, 사육제 등 아쉬운 곡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전집에서 완벽을 추구하지는 말자. 자연스레 그의 슈만 실내악 전집으로 관심이 넘어가게 하는 훌륭한 박스.
B.Furrer : Piano Concerto, etc.
Nicolas Hodges (Piano)
WDR Sinfonieorchester Köln
Peter Rundel (conductor)
Kairos
호지스와 룬델의 푸러 피아노협주곡 외
나에게 현대음악은 언제나 조심스러운 호기심의 대상이다. 새로움에 대한 갈망과 이해할 수 없으리라는 두려움이 치열하게 맞서는 상황에서 갈망이 우위를 점할 때, 현대음악 음반을 지르게 되는 것이다.
이 음반은 신선함과 즐거움이 함께하는 바람직한 현대음악 음반이었다. 피아노협주곡, 성악곡, 기악곡 어느 하나 버릴 곡이 없더라. 특히 성악곡! 베이스플루트와 소프라노, 콘트라베이스플루트와 목소리, 더블베이스와 소프라노라는 독특한 편성과 그에 걸맞는 새로운 사운드까지. 현대음악의 강점 중 하나로 '편성'을 생각하는 나이기에 보다 매력적인 곡들이었다.
진은숙 : 3 Concertos
김선욱 (piano)
Alban Gerhardt (cello)
Wu Wei (sheng)
서울시향
정명훈 (conductor)
Deutsche Grammophon (DG)
정명훈과 서울시향의 진은숙 협주곡집
서울시향이 지금까지 낸 음반 중 가장 들을만한 음반. 진은숙의 곡이 더는 신선하게 들리진 않지만, 즐길만한 음악을 안정적으로 뽑아주니 불만은 없다. 실연에서도 음반에서도 영 모르겠는 생황협주곡이 아쉽지만, 피아노협주곡이랑 첼로협주곡이 있으니 괜찮아! 서울시향은 진은숙이나 윤이상 음반이나 내지 괜히 베토벤, 말러 이런 거나 해서 참...
D.Shostakovich : Symphony No.15 in A major, op.141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Bernard Haitink (conductor)
RCO Live
하이팅크와 RCO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5번
이상하게도 마음에 쏙쏙 드는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5번. 하이팅크와 RCO의 쇼15는 소위 말하는 '순음악적인' 해석의 극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쇼15가 쇼스타코비치의 인기 교향곡들(4번, 5번, 7번, 10번 등)처럼 때려 부수고 할 건덕지가 없는 곡이니 하이팅크 같은 접근이 빛을 발하는 거겠지. 극강의 녹음과 RCO라는 최고 오케가 만나 부드럽게 이완된 소리를 쏙쏙! 이것이 바로 21세기의 오케스트라고 21세기의 연주라 하겠다.
F.Schubert : Symphony No.9 in C major, D.944 [Great]
Budapest Festival Orchestra
Ivan Fischer (conductor)
Channel Classics
이반 피셔의 슈베르트 교향곡 9번 [Great]
의도한 건 아닌데 베스트 음반이 둘씩 비슷하게 묶인 느낌이다. 첫 2장이 피아노 독주곡 박스, 다음 2장이 현대음악이었다면 이번에는 21세기 오케스트라 사운드라고 해야 하나. 내가 아끼는 이반 피셔, 부다페스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 채널 클래식스 조합!
이반 피셔의 매력은 다양한 다이내믹 부여로 곡의 잔재미를 쏠쏠히 올려준다는 점에 있다고 생각한다. 그는 다른 지휘자들이 무미건조하게 지나칠 부분에도 세세하게 의미를 부여해 그냥 흘려보낼 수 없도록 한다. 이런 스타일은 특히나 곡 자체의 구조미가 떨어지는 대곡에서 빛을 발한다. 과거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에서도 그랬고 이번 슈베르트 교향곡 9번에서도 이반 피셔의 마법은 청자를 매료시킨다. 그의 행보를 계속 주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F.Mendelssohn : Piano Works
Murray Perahia (piano)
Sony
페라이어의 멘델스존 피아노곡집
멘델스존의 피아노곡은 의도적으로 오랫동안 무시해왔다. 쇼팽, 슈만, 브람스, 슈베르트 같은 작곡가들 사이에서 엄격변주곡이니 론도 카프리치오소니 해봤자 너무나도 보잘것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적으로 나의 오만이었다. 보다 낭만적인 베토벤 후기 소나타 같은 멘델스존의 피아노 소나타, 들어본 가장 뛰어난 변주곡 중 하나라 할 수 있는 엄격변주곡은 진정 보석과도 같은 곡들이다. 론도 카프리치오소나 전주곡과 푸가도 나름 재밌는 곡이고.
페라이어를 좋아하진 않는다. 그의 연주는 그저 달기만 한 초콜릿 같은 느낌이라 들을 때마다 아쉬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멘델스존의 피아노곡은 '그저 달기만 해도' 괜찮은 느낌이라 페라이어로 만족할 수 있다. 듣는 내내 흡족할 수 있던 음반.
S.Prokofiev : Complete Piano Concertos
Alexander Toradze (piano)
Orchestra of the Mariinsky Theatre
Valery Gergiev (conductor)
Decca
토라제와 게르기예프의 프로코피예프 협주곡 전곡집
토라제는 어느 행성에서 온 외계인일까? 아니면 타임머신을 타고 온 미래인? 토라제의 눈은 악보에서 무엇을 보기에 이런 연주가 가능한 걸까? 들어도 들어도 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한 연주인지 잘 모르겠다. 그냥 입 쩍 벌리고 듣기만 할 뿐. 특이한 수준을 넘어 기괴하다는 생각마저 들지만, 그래도 거부할 수 없다. 토라제의 연주에 맞추는 게르기예프가 대단하다 느껴질 정도. 난 그냥 이해를 포기하고 만세나 하련다.
Justice의 Cross
14년에 산 유일한 일렉 음반이지만 여기다 특별히 언급해두고자 한다. 정말 신나게 들어서 빼놓을 수가 없었고. 간만에 느껴보는 '너네 한번 신나볼래?'에 얼쑤 좋구나~ D.A.N.C.E의 센스가 철철 넘치는 뮤비도 좋았고. 씬나는 가사가 계속 귀에 멤도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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