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들은

2013년 즐겁게 들은 클래식 음반 BEST 10 + 재즈 BEST 2

 연말이니 이런 짓을 할 때가 된 거다! 올해 지른 음반 148장과 작년 12월 28일에 지른 음반 5장(얘네는 결과적으로 올해 더 많이 들었으니까)까지 총 153장의 음반들 중에서 클래식 음반은 109장이었다. 109 / 10 하고 과감히 소수 첫째 자리에서 내림해 딱 10장을 꼽아봤다. 올해의 영광은 과연 누구에게?? 아, 나열된 음반들은 지른 순서로 정렬했음을 미리 밝힌다.



1. 불레즈의 메시앙 미를 위한 시 외



O. Messiaen : Poemes pour Mi

The Cleveland Orchestra

Pierre Boulez

Deutsche Grammophon (DG)


 불레즈와 메시앙을 찬양할지어다! 메시앙의 음색과 리듬을 이보다 쉬이 즐길 수 있는 음반이 어디 있으랴? 음반의 첫 곡인 '미를 위한 시'로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새가 잠을 깨다'와 '7수의 하이쿠'도 무척 좋다고! 투랑갈릴라와 '시간의 종말을 향한 4중주'를 이미 들은 청자라면 메시앙의 다음 음반으로 이것을!


2. 플레트네프의 베토벤 교향곡 전곡집


L. V. Beethoven : The 9 Symphonies

Russian National Orchestra

Mikhail Pletnev

Deutsche Grammophon (DG)


 대체 베토벤 교향곡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아직도 베토벤 교향곡에서 팔 것이 남아 있음을 멋지게 증명하는 연주.



3. 쿠퍼의 슈베르트 피아노 곡집 (1~3집)


(사진은 2집 하나만)


F. Schubert : Piano Music 1823 - 1828

Imogen Cooper

Avie


 수험 생활로 찌든 내 마음을 촉촉히 적셔준 슈베르트. 지루하다고만 여긴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를 다시 보게 해준 고마운 음반이다. 부담스러운 커버만 제외한다면야 불만 없음!



4. 포레 실내악 박스



G. Faure : Complete Chamber Music For Strings & Piano

Virgin


 슈베르트 이후 다시 나를 촉촉하게 해준 포레 실내악 곡들. 버진의 연주자들이 모여 CD 5장에 포레의 실내악을 멋지게 대접해줬다. 초기의 몇몇 곡을 제외하면 지금도 잘 모르겠는 포레의 실내악이지만, 그래도 즐겁게 들었음을 부정할 순 없다. 압도적으로 저렴한 가격까지 최고!



5. 베르니우스의 젤렌카 미사 보티바



J. D. Zelenka : Missa Votiva

Barockorchester Stuttgart

Frieder Bernius

Carus


 그리고 단연 올해 최고의 클래식 음반, 젤렌카의 미사 보티바! 근래에 처음 듣고 이렇게 충격먹었던 곡도, 완청하고 그렇게 충격먹었던 곡도 다신 없었다. 여전히 세상엔 내가 모르는 좋은 곡들이 많음을 깨닫게 해준, 이름만 알던 베르니우스의 위대함을 느끼게 해준 고마운 음반. 



6. 헤레베헤의 모차르트 후기 교향곡 음반


W. A. Mozart : The Last Symphonies

Orchestre des Champs-Elysees

Philippe Herreweghe

Phi


 난 분명 헤레베헤의 레퀴엠을 기대하고 공연을 갔는데 주피터를 듣고 천국 다녀왔어... 헤레베헤가 종교음악만 잘하는 지휘자가 아니었구나! 드디어 아르농쿠르 아닌 다른 사람의 주피터도 듣게 되었구나(매케라스도 주피터만큼은 인상깊지 못했지). 하지만 모교를 듣고 만족한 마음으로 지른 베교는 으윽...


7. 불레즈 전집




P. Boulez : Complete Works

Deutsche Grammophon (DG)


 불레즈는 작곡가로서도 괴물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준 박스. 인간적으로 이건 반칙 아닌가? 멋없는 커버와 무성의한 만듦새만 너그러이 봐줄 수 있다면, 우리 시대의 위대한 작곡가를 영접하기에 이보다 좋은 음반은 없을 것이다.



8. 에네스와 아쉬케나지의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



F. Mendelssohn : Violin Concerto in E minor, op.64

James Ehnes

Philharmonia Orchestra

Vladimir Ashkenazy

Onyx


 솔직히 고백하자면 난 올해까지도 멘바협, 차바협을 진심으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그리고 이 음반과 함께 멘바협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에네스는 과연 얼마나 높을 곳까지 올라갈 수 있을까? 앞으로도 나는 에네스의 행보에서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아, 그리고 하나만 더! 멘바협도 좋지만 여긴 같이 실린 8중주도 압도적으로 훌륭합니다!



9. 율리아 피셔와 크라이츠베르크의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



P. I. Tchaikovsky : Violin Concerto in D, op.35

Julia Fischer

Russian National Orchestra

Yakov Kreizberg

Pentatone


 얼떨결에 올해 율리아 피셔의 음반을 잔뜩 지르게 되었다. 아마 율리아 피셔의 음반 중 이게 가장 유명한 놈일 텐데 역시나... 난 이 음반 덕분에 차바협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말할 수 있게 되었다. 들을 수록 탄사만 터져나오는 율리아 피셔의 압도적인 명인기! 율리아 피셔의 바흐 무반주도 정말 좋았다고 얘기는 해주고 가야겠다.



10. 페트렌코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


D. Shostakovich : Symphony No.4 in C minor, op.43

Royal Liverpool Philharmonic Orchestra

Vasily Petrenko

Naxos


 지금까지 믿음을 갖고 나올 때마다 꾸준히 질러준 페트렌코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사이클. 올해는 쇼교의 두 헤비급, 7번과 4번 음반이 발매되었고 둘 모두 원래 높던 기대 이상으로 놀랄만큼 훌륭했다. 특히나 오케스트라를 갈아 마신 게 귀에 확 들어오는 4번은 기립박수 짝짝짝! 내년에는 부디 13번과 14번으로 이 훌륭한 사이클을 마무리해줬으면!





 그리고 이제는 번외편.


 올해 지른 오페라 음반들이다. 여전히 기본 레퍼토리 확충에 급급한 나의 오페라 지름 여정. 올해는 얼떨결에 반지를 완성하고 파르지팔까지 질러버렸다. 바그너 2개 빼고 알슈 하나와 모차르트 하나가 들어야 편식하지 않고 듣는 거였을 텐데... 앞으로 3~4년 하면 기본 레퍼토리는 다 들어볼 것 같고 그 이후에 다른 연주들도 들어봐야지.




 그리고 이건 올해 들은 재즈 BEST 2! 21장의 후보 중에서 2장을 골라봤다. 민족과 국가에 애정따윈 1g도 없는 나지만, 음악을 들으며 같은 한국인이라는 사실에 자랑스러워진 나윤선님과 존 콜트레인의 A Love Supreme. 만세다 만세!




 그리고 마지막으로 안타깝게 떨어진 후보작들의 목록.


 불레즈의 드뷔시 + 라벨 박스

 린드베리 클라리넷 협주곡

 크리스티의 하이든 천지창조

 살로넨의 뒤티외

 길렌의 헨슬러 말러 2번 7번

 피녹의 브란덴부르크 신반

 루이지의 브루크너 교향곡 9번

 기의 리스트 시적이고 종교적인 선율 + 피아노 소나타

 샤이의 브람스 교향곡 전집

 라비니아 마이어의 현대 하프곡 음반

 자비네 마이어의 프랑스 클라리넷 소나타

 정경화의 데카 박스

 율리아 피셔의 바흐 무반주


 정도? 


 살면서 올해만큼 음악을 마음껏 들을 수 있는 날이 다시 올 것 같지는 않다. 시험 공부하며 자취방에서 꾸역꾸역 음악만 열심히 들었으니. 참 게걸스럽게 음악을 들었다는 생각도 들고. 어쨌든! 올 한해의 음악 감상 정리는 이것으로 마무리하고 내년에 듣게 될 미지의 음악들을 기다려봐야겠다.


 마지막으로 블로그 이웃님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내년에도 잘 부탁드려요(..) 31일은 밖에서 정신없이 보낼 예정이라 미리 써둡니다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