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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카라얀의 마스카니 -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P. Mascagni : Cavalleria Rusticana

Coro e Orchestra del Teatro alla Scala

Herbert von Karajan

Deutsche Grammophon (DG)


 올해 음악감상에서 거둔 최고의 소득은 드디어 오페라에 귀가 뚫렸다는 것이다. 07년 가을부터 본격적으로 클래식을 듣기 시작해 올봄에서야 오페라가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으니 참 오래도 걸렸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라 트라비아타, 마술피리, 푸른 수염의 성으로도 뚫리지 않던 귀가 라 보엠으로 단번에 뚫렸으니 푸치니를 경배할지어다.


 한데 오페라를 듣기는 했으나 스토리의 얼개만 대강 이해하고 무작정 들었을뿐 리브레토를 신경쓰지는 않았었다. 그러다 이제는 갑작스레 시간이 많이 남아 지금은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의 리브레토를 보며 음악을 듣고 있다. CD 1장 분량의 짧은 오페라라 이런 게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리브레토를 보며 들으니 이 오페라는 극과 극의 상황이 병존하며 확연한 대비를 이루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투리두의 시칠리아 노래, 알피오의 낙천적인 등장 노래, 세상모르고 사람들과 함께 포도주를 찬양하는 투리두의 노래, 오페라 중간중간 계속 등장하는 행복감을 표출하는 마을사람들의 합창 같은 것들이 지극히 밝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산투차는 시종일관 배신한 연인에 대한 분노와 슬픔과 질투로 몸부림친다. 산투차의 비극적인 상황을 비웃기라도 하듯 부활절 아침이라는 시간적 배경과 산투차의 비극을 모르거나 이해해주지 못하는 사람들의 떠들썩함이 어우러져 만드는 상황의 묘한 대비란...


 그리고 또 한가지. '음악은 멜로디가 다'라는 멍청한 이야기에는 신물이 나지만 이 음악을 들으며 멜로디만큼 사람의 심금을 울리기 쉬운 음악적 요소도 없으리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할 수 있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리브레토를 보며 음악을 듣는데 순전히 멜로디 때문에 몇 번이나 울컥하던지 정말 최상의 행복감을 느낄 수 있었다. 결국은 멜로디인가...


 내일은 리브레토와 함께 라인의 황금을 들어볼까 한다. 아무래도 반지는 스토리를 모르면 제대로 즐기지 못하리라는 생각이 강하게 들어서 말이다. 반지 중에서 가장 짧은 라인의 황금이라고 해도 2시간은 가볍게 넘기니 그것이 좀 문제이기는 하지만...


 글을 쓰는 와중에 곡이 끝나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이중협주곡까지 듣고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5번으로 넘어가겠지. 다음 주 금요일에 있을 서울시향 공연의 예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