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듣는

바비롤리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J.Sibelius : Symphony No.2 in D major, op.43


The Royal Philharonic

Sir John Barbirolli


Chesky



바비롤리와 로얄필의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 뵘, 빈필의 브루크너 4번과 함께 교향곡의 매력에 빠지게 한 음반이다.


아직도 기억이 난다. 좁았던 첫 자취방, 시벨리우스와 괜히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음반 표지, 늦겨울의 쌀쌀한 날씨, 그리고 3악장에서 4악장으로 넘어가던 순간의 벅찬 감동이. 


나름 뜻깊은 음반이어도 철이 지나니 안 듣게 되더라. 내 취향이 급속도로 깔끔, 냉정한 쪽으로 기울어진 탓도 있을 테고 클래식을 막 듣기 시작했을 때는 미친 듯이 새로운 곡을 찾아 헤맸기에 자연스레 잊혔을 수도 있겠다. 오라모, 세게르스탐, 콜린 데이비스의 전집을 장만하면서 전집 위주로 곡을 듣게 되어서일 수도 있겠고.


추억의 음반을 다시 들어 옛 감흥에 젖는다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듣고선 진저리가 나던 번스타인 빈필 정도는 아니더라도 옛 시절 연주들에서 들리는 특유의 호방함과 '느끼는' 모습을 들을 때마다 헛웃음만 나오는 나니까. 곡이 좋으니까 좋은 거지 연주가 마음에 들지는 않는 그런 경우. 10년이 지나 취향이 확고해졌다는 얘기인데, 그리 좋은 일은 아닌 것 같다.


07~08년에는 지른 음반들을 DB화하지 않아서 내가 언제 무슨 음반을 샀나 정확하지가 않다. YES24에서 산 음반들만 정리했지 풍월당이나 핫트랙스 같은 오프라인에서 산 음반들은 모두 누락... 그렇긴 해도 기억을 더듬어 클덕질 초반에 샀던 음반들을 하나씩 들어봐야겠다. 10년이 지난 지금 새롭게 들릴 음반이 있나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