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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른

와인 지름 + 잡얘기


 

 합격 기념으로 선배에게 와인을 진상해야 하는데, 때마침 노원 롯데백화점에서 11월 와인 할인 행사가 있어 지른 3병. 내 알콜 덕후 친구가 '이탈리아 성애자'라고 평하는 선배답게 티냐넬로를 진상하라는 명을 내리시더라. 노원에서 할인 품목이 아니어서 비싸게(12.9) 질렀네... 가운데는 내가 할인하기만 하면 지르는 달리 에디션! 행사 가격은 2.8인데 노원 롯벡 단골인 친구의 힘으로 2.5에 해주셔서 굽신굽신. 와, 솔직히 티냐넬로 지를 일만 없었으면 적어도 달리 에디션 5~6병은 쟁여뒀을 거다. 알콜 덕후 친구의 또 다른 알콜 덕후 지인은 아예 박스채 질렀다더만... 하지만 난 가난한 백수니 그럴 수 없지ㅠㅠ 마지막으로는 맥 머레이 랜치, 러시안 리버 벨리 피노 누아 2011! 내 와인 선호국가가 이탈리아와 미국인지라 미국도 하나 질러줘 봤다. 기껏 3병 사도 이번 달에 다 마실 느낌이지만 그래도 좋아!



 그리고 이건 오늘 새벽에 리버풀 대 아스날 전을 보며 선배 집에서 먹은 파스타와 와인. 동아리 홈커밍데이 행사를 끝내고 선배 집에 가니 새벽 1시가 넘어 치킨집과 피자집 모두 문을 닫았던 상태. 어떻게 와인만 마실 순 없어서 선배가 안주로 파스타를 뚝딱 만드셨다. 난 선배 집에서 선배한테 안주를 만들게 하고 정말 대단한 인간인 듯! 요즘 진지하게 내가 대접받는 거에 지나치게 익숙한 게 아닌가 걱정하고 있다. 내가 무슨 대단한 인간도 아닌데 말이다;; 어쨌든! 파스타는 마법의 식품 스팸느님이 계셔 간도 적절하니 맛있었고, 2.8인가 했다는 세라자데는 그냥 그랬다. 라벨은 예쁘다만 가장 중요한 맛이... 나쁜 건 아니지만 2.5에 달리 에디션이나 루이 마티니 소노마 카운티를 구할 수 있거늘?





 아침에 다람쥐 길에서 본 고양이 한 마리. 저렇게 떡하니 앉아 곤히 주무시고 계시더라. 얼마나 사람들이 사료를 많이 줬으면 길냥이 주제에 저렇게 뚱뚱해가지고;;; 사람이 무섭지도 않은지 내가 찰칵찰칵 사진을 찍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으시더라. 저 자는 얼굴 좀 봐ㅋㅋ


- 그리고 여기부턴 딴 얘기. 어제는 살면서 가장 황당한 날 중 하나였다. 주변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울고 취하고 하는 모습을 본 건 또 처음이네.

- 불쌍한 이탈리아 성애자 선배가 여자 후배(하지만 나에겐 선배인) 둘을 말로 울렸다더라. 들어보니 별것도 아닌 말이더만, 하필 별것도 아닌 말이 그분들의 자격지심을 제대로 건드렸던 게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울어? 애도 아니고 말야.

- 여자 후배가 취해서 떠드는 내용을 들어보니 걔가 무엇을 짊어지고 사는지 알 수 있어 안타깝더라. 자신에게 보다 관대해져도 될 텐데 말이다. 불필요한 강박을 가지고 살다니 겉에서야 잘 안 보여도(하지만 이번처럼 취해 떠들면 보인다고) 속으로는 무척 피곤하겠구나 싶었다. 그래도 나름 개념 있는 애라고 생각했는데 DTD는 순식간...

- 선배랑 둘이 술을 마시며 '정상인은 드물다' 같은 얘기를 하며 건전하고 상식적인 다른 선배를 찬양하며 놀았다. 건전하고 상식적인 ooo 선배의 이름을 부르며 건배나 하고 있고. 주변 사람들이 알아서 DTD를 시전해주시니 비교우위로 가만히 있던 사람이 훌륭한 것처럼 느껴지는 신기함이란!

- 산은 그냥 혼자 다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