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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13.09.12 일기


- 방금 토요일에 있을 김선욱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독주회 예습을 끝마쳤다. 베피소 27~29번을 하는 연주회. 백만년만에 느긋하게 집에서 악보 펴두고 음악을 들었는데 정말 할 일 없는 인간의 여유로움이 뚝뚝 묻어나와 기분이 좋더라. 허세를 제대로 부리려면 친구가 만든 더치커피를 한손에 들고, 헤드폰으로 폴 루이스의 베피소를 들으며, 다른 한 손으로는 악보를 넘기는 그런 짓을 해야 했는데!


- 이번에 천천히 28번과 29번을 들어보니 내가 왜 이 두 곡을 멀리했는지, 그리고 30~32 중에서 31을 덜 좋아하는지 확실히 알겠더라. 난 지금까지도 베토벤의 푸가는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겠어. 28번과 29번의 종악장만 가면 ???가 가시질 않아 멀뚱멀뚱... 특히 29번은 꽤 오래 경원할 곡인 것도 알겠고. 위대함은 알겠지만 가까이할 수 없는, 그대의 이름은 함머클라비어라~


-  김선욱을 실연으로 본 적이 3번 있다. 처음은 베를린 방송교향악단과 야노프스키와 베피협 4번을 했고, 두 번째는 설샹과 외트뵈스와 바르톡 피협 2번을 했고, 세 번째는 설샹과 정마에와 베피협 5번을 했었지. 바르톡은 괜찮았지만 베토벤은 둘 다 '으읔'이었고. 그래서 이번 리사이틀도 갈까 말까 많이 고민했었는데 함머클라비어라를 하니 원... 만에 하나 이번 공연이 좋으면 마지막 30~32 공연도 질러줄 테다.


- 저번 주에 설샹, 쉬프, 홀리거도 보고 릴링도 보고 왔지만 귀찮아서 후기를 안 썼네. 영화도 파고 이후에 3 Women, Blow Out, Rashomon에다 극장에서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도 보고 왔는데. 책도 이번 주부터야 조금 끄적이며 보기 시작했고... 의욕아 다 어디 갔어!


- 아, 이번에 물리 한 문제가 복수 정답 처리됐는데 내가 그 수혜자가 되었다. 우와 신난다!


- 카메라가 안 온다. 월요일 주문하려던 걸 더러운 공인인증서와 씨름하다 화요일에서야 주문했는데 어제도, 오늘도 안 옴. 추석이라 늦어지는 모양인데 그렇다고 해도 어제 아침에 천안 센터 도착한 놈이 오늘까지 안 오냐?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짜증이 나는군.


- 내일은 설샹, 모래는 김선욱. 이틀 연속으로 서울 왔다 갔다 하기 귀찮은데 왜 꼭 공연 날짜가 붙어 있나 몰라. 악!


- 잘못하면 알폰스 무하 못보러 가겠다. 왜 하필 추석 연휴가 낀 다음 주 일요일에 끝나는 거야? 이거 어쩌지ㅠㅠ 다다음주 일요일에 끝나는 고갱전도 날짜 애매하고. 악!


- 정말 할 일이 없어 PS2 게임을 뒤적이고 있는데... 별 재미가 없다. 눈물을 흘리며 했던 에이스컴뱃5도, DMD 난이도에서 때려 쳤던 데메크3도, 메기솔3도, 진삼4도, 바이오하자드4도 모두! 지금 보면 그래픽도 별론데다 이젠 패드를 쓰는 내 손이 아파ㅠㅠㅠ 나이를 먹었다는 느낌이 팍팍 들어 뭔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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