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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요즘 나는 뭐하고 사나

1.


우울하다. 병원 생활이란 인력 시장이랑 같은 것. 가만히 원내생 휴게실에서 죽치고 있다 보면 'oo씨 oo과입니다' 콜이 뜨고 그럼 주섬주섬 일어나 환자 보러 가고.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크게 다를 것 없는 술식이니 어제 차렸던 기구를 오늘도 차리고 아마 내일도 똑같이 할 어시를 오늘도 하고. 첫 2~3달 정도는 모르는 술식이 많아 정신이 없겠지만, 그것도 지나면 무료함만 남겠지. 내년 8월까지 이 생활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것도 방학도 없이!, 힘이 안 난다.


2.


아침 8시 수업부터 시작해 오후 6시까지의 병원 일과를 마치고 집에 오면 대충 7시 정도 된다. 이때부터는 특별한 과제가 있지 않은 이상 자유 시간. 자유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뻔하다. 게임, 독서, 영상물 시청. 음악은 게임이나 영상물 볼 때 빼고는 항상 틀어져 있으니 굳이 쓸 필요가 없고. 


게임, 독서, 영상물 시청의 비율은 내가 어디에 꽂혔냐에 따라 비중이 달라진다. 요즘은 영상물은 안 보고 독서와 게임만 꾸준히 하는 중. 게임의 경우 설날에 괜히 충동구매로 잔뜩 질렀다가 여태껏 절반도 제대로 못 즐겼다. PS4 사면서 같이 산 블러드본은 숨은 거리 야하굴에서 멈췄고, 그나마 위쳐3는 본편 다 깬 후 2회차를 시작해 2개의 확장팩을 거의 끝내가고 있고, NBA 2K16은 한동안 마이 커리어를 미친 듯이 해서 본전 뽑은 느낌이고, 파크라이4도 어려움 난이도로 한 번 깼으니 됐고. 근데 피파2016이나 언틸던이나 어쌔신 크리드 블랙 플래그나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건드리지도 않았네? 피파나 레인보우는 포기하더래도 언틸던이랑 어크는 깨야 빨리 용과 같이나 언차4로 넘어가겠는데 말야. 살면서 처음 게임 충동구매했다가 고생하고 있구나.


한편 어떻게 꾸준히 책을 읽고는 있어서 다행이다 싶다. 정기구독하는 잡지 3개(시사in, 인물과 사상, 황해문화)에 소설 하나와 비문학 하나. 5권의 책을 각각 하루에 10쪽 정도씩 읽어주니 나름 쏠쏠하다. 언제나처럼 가격대 맞고 지르는 순간 내 눈에 들어오는 책을 고르긴 하지만, 드디어 한국 소설을 질렀다는 점이 변화라면 변화? 


영상물은 요즘 거의 안 본다. 1학기에만 하더라도 힘든 폴리클 끝나고 와서도 꾸준히 오페라 1막 정도는 봤는데, 이제는 시간이 많아도 다른 일을 하네. 지금 생각해보니 영국 가서 오페라 실황을 열심히 보고 온 영향인가 싶기도 하다. 베르테르, 일 트로바토레, 피가로, 보리스 고두노프까지 보고 오니 이제 와서 내 작은 모니터로 오페라를 볼 의욕이 안 생기나? 모르겠네. 나중에 시간 지나면 보겠지 뭐.


3.


클래식도 시들, 재즈도 시들, 락도 시들, 팝도 시들, 그냥 음악 자체에 시들한 나날이다. 특히 클래식에서 새로운 곡을 듣고 감동받는 일이 너무 준 느낌. 그런 와중에 말교와 베피소 정주행을 하니 감회가 새롭다. 오래간만에 들었지만 참 좋은 곡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이젠 슬슬 새로운 곡을 찾는 것보다 새로운 연주를 찾는 것으로 음감의 초점을 돌려야 하나? 그냥 커다란 박스 하나 사서 몇 달 듣다가 때 되면 다른 박스 사서 듣고 그렇게. 아직 오페라는 모르는 유명 곡이 많아 시기상조라는 생각도 들고. 아직은 잘 모르겠으니 한동안은 평소처럼 들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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