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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른

17년 3월 3차, 4차 음반 지름

알라딘 수입 음반 할인전 마지막 날에 지른 음반들이 도착했다. 사실상 충동구매...



[R.Strauss / Fritz Reiner, Chicago Symphony Orchestra / Fritz Reiner conducts Richard Strauss / RCA]


아르농의 브람스 박스를 거의 다 들어서 새로 지른 박스다. 카라얀의 70년대 알슈 음반을 정주행하다 짜라투스트라 음반이 카라얀 하나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서 알슈 박스를 하나 질러야겠다 싶었다. 예의상 뵘의 3장짜리 박스를 질러주려고 했더니만 품절이나 되고. 알슈 박스는 종류가 많은 것도 아니라 라이너 말고 딱히 지를 것도 없었다.  


라이너의 알슈 박스는 11장짜리와 5장짜리 두 종류가 있더라. 뭐로 살까 잠깐 고민했지만, 보니까 11장 박스는 라이너의 알슈 녹음을 몽땅 수록한 놈이라 중복되는 곡도 많고 옛날 녹음도 많았다. 굳이 그렇게 다 찾아 듣는 성격이 아니라서 그냥 5장 박스로 골랐고. 


이 박스를 통해 '서민 귀족 모음곡'과 '장미의 기사 중 왈츠'를 처음 듣게 됐다. 왈츠는 프롬스에서 처음 듣고는 '역시 알슈

ㄷㄷ' 했던 곡인지라 이제야 음반이 하나 생겨 반가운 기분. 알프스 교향곡도 없고 메타모르포젠도 없고 틸도 없어 20% 정도 아쉽지만 그래도 열심히 들어줘야지.


[M.Bruch / Arthur Grumiaux, Heinz Wallberg, New Philharmonia Orchestra / Violin Concerto No.1, Scottish Fantasy / Eloquence]


심심해서 또 지른 그뤼미오의 음반. 이번엔 사골 레퍼토리인 브루흐 협주곡 1번과 스코틀랜드 환상곡이다. 그뤼미오야 어련히 잘했을 테고 지휘자는 처음 보는 사람. 알라딘에서 쳐보니 생각보다 음반이 많아서 당황했다. 아직도 내가 모르는 지휘자가 많구나 싶고. 끝이 없어.


[Andras Schiff / Encores after Beethoven / ECM]


절대 안 나올 것 같던 쉬프의 베피소 전집 박스가 나오긴 하더라. 게다가 낱장에는 없던 앙코르곡들까지 수록하면서! 박스를 보고선 적잖이 화가 난 상태였는데, ECM이 놀랍게도 앙코르 음반만 따로 발매해주다니. 좋다고 덥석 질러버렸다...


곡의 면면을 보니 전부 쉬프가 녹음한 적이 있던 곡들. 바흐의 파르티타와 평균율은 ECM에서, 하이든 소나타는 텔덱에서, 모차르트의 아이네 클라이네 지그는 데카에서? 슈베르트는 데카와 ECM에서. 그나마 내가 쉬프의 데카 슈베르트 음반이 없어 3개의 피아노 소품 중 첫 번째 곡을 쉬프의 연주로는 처음 듣는다. 


아무래도 과거 데카나 텔덱에서 녹음했던 곡을 ECM 녹음으로 다시 들으니 인상이 강하게 남는다. ECM의 피아노 녹음은 워낙 사기적이라... 하이든 소나타나 다시 녹음해줬으면 좋겠네. 가볍게 듣기 좋은 음반이다.



[R.Schumann / Jean-Guihen Queyras, Isabelle Faust, Alexander Melnikov, Pablo Heras-Casado, Freiburger Barockorchester / Cello Concerto, Piano Trio No.1 / HMF]


케라스, 파우스트, 멜니코프, 헤라스-카사도의 슈만 협주곡+피아노 삼중주 프로젝트의 마지막 음반. 첼로 협주곡과 피아노 삼중주 1번이 실렸다. 이 프로젝트가 시작했을 때의 엄청난 기대감에 비하면 성과는 평범하다는 생각만 든다. HMF의 간판 연주자들이 각각의 협주곡과 피아노 트리오를 녹음한다는 계획은 찬란한 결과물이 보장되는 것처럼 보였는데, 막상 들어보면 그냥저냥... 물론 내가 슈만의 협주곡들을 딱히 아끼거나 하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지만. 물론 시대 악기로 연주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장가치가 있기는 하다. 그래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아쉬워...


[D.Shostakovich / Teodor Currentzis, MusicAeterna / Symphony No.14 / Alpha]


쿠렌치스의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14번. 쇼14를 시대 악기로 연주했다고 말이 많던 녹음이다. 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15개 중 망작이라고 생각하는 2 3번을 제외하고 가장 어렵게 들리는 곡이 바로 이 14번이다. 솔직히 말해 어떻게 들어야 하는지도 여전히 모르겠고. 영 친해지기 힘든 곡인데, 쿠렌치스로 친해질 수 있으려나.


[L.V.Beethoven / Jordi Savall, Le Concert des Nations / Symphony No.3, Coriolan Ouverture / Alia Vox]


그리고 사발의 베토벤 교향곡 3번. 감상실에서 처음 듣고 재발매를 얼마나 기다려왔던지. 페북에 썼던 글로 대신하고자 한다.


정말 오랫동안 재발매를 기다려왔던 사발의 베토벤 교향곡 3번. 막상 재발매가 되고 나니 약간의 걱정이 들기도 했다. 과거 감상실에서 좋게 들었던 나의 기억이 그저 과거를 예쁘게 채색한 결과물에 지나지 않을까 하고. 듣기 전 기대가 컸던 음반 대부분은 기대만큼의 만족감을 주지 못했으니까. 특히 요놈은 내 기대가 유례없이 크기도 했고. 아마 2년 전 요훔과 RCO의 브루크너 5번 실황반 이후로 가장 많이 기대한 음반 같은데.

조심스레 설레는 마음을 누르며 헤드폰을 쓰고 CD를 넣고. 그리고 터져 나오는 너도 알고 나도 아는 그 첫 두 마디, '쾅! 쾅!'. 그것만 들어도 나의 기억에 그리 큰 왜곡이 없었다는 것을, 오히려 요놈은 내 기억보다 더 훌륭한 연주라는 것을 알겠더라. 듣기 전 괜한 기우로 마음 졸인 걸 생각하니 헛웃음도 나왔고.

그래 맞아요. 기다리면 복이 와요.


기다릴 가치가 있었다. (만약 뽑는다면) 역시나 올해의 음반 한자리는 예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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