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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방학 잡담

1.


오페라를 안 듣던 시절 ㄱㅋ 같은 곳에서 나오는 오페라 얘기 중 참 이해가 안 되는 것이 하나 있었다. 바로 한 성악가가 특정 배역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까는 것. '노래만 잘 부르면 되지 그게 무슨 상관이야?' 하던 나인데, 정작 내가 오페라 듣기 시작하고선 똑같은 소리를 반복하고 앉았으니 원.


원인이 뭔가 생각해 봤는데, 전형적인 뉴비의 징징거림이 아닌가 싶다. 클음 처음 들을 때도 비슷한 소리를 했던 것 같거든. 처음 듣던 연주만 귀에 익어서 다른 연주를 들으면 이상하게만 들리는 현상이랑 대동소이하잖아? 이걸 깨닫고 나니 성악가에게 쓸데없이 까다롭게 굴지 말아야겠구나 다짐하게 되더라. 반성합니다...


2.


최근에 잡지를 사서 읽다 보니 다른 잡지에도 관심이 커진다. 최근 읽고 있는 '인물과 사상', '녹색 평론', '황해문화'가 기대 이상으로 쏠쏠한 재미를 줘서 그런 것도 있고. 무엇보다도 ① 정기적으로 꾸준히 ② 일정한 주제를 가지고 나온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느낌. 나처럼 책이건 음반이건 블루레이건 지르기만 하면 꾸역꾸역 읽고 듣고 보고 하는 사람에겐 지속적으로 '읽어야만 하는' 책이 쌓이면 어떻게든 계속 읽을 것 같아서 말이다.


그래서 오늘은 내 관심 분야의 잡지를 몇 권 질러줬다. 이제는 클덕에게 대안이 없는 '객석', 역시나 영화 분야에서는 비교할 상대가 없는 '씨네21', 마지막으로 과학 교양(?) 잡지라 할 수 있는 '스켑틱'까지. 과학 교양 잡지의 경우 '과학동아'는 대상 연령층이 점점 아래로 내려간다고 해서 패스, 뉴턴은 잡지보다는 newton highlight를 하나씩 사서 보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아 스켑틱을 보기로 했다. 등산이나 배구나 게임 잡지 등은 패스했고. 쭉 읽어보고 정기구독할 잡지를 확실히 정해봐야겠다.


3.


올 설날에도 세뱃돈을 받았다. 그것도 꽤 많이. 마침 요즘 이북리더기를 알아보고 있었는데, 현찰까지 생기다니! 이북을 사라는 하늘의 뜻인가?


근 데 아직은 이북리더기를 지를 때는 아닌 듯하다. 첫째는 리디북스와 한국이퍼브 중 어느 쪽이 꾸준히 살아남을지를 모르겠다.요즘 우후죽순처럼 범람하는 간편결제서비스도 그렇고 이런 분야는 시장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된 후에 들어가야 안전해서리. 그래도 리디북스와 한국이퍼브는 서로 발전적인 경쟁 관계를 성립한 것 같지만, 이것도 최근 이야기인지라 좀 두고 볼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다른 이유는 내가 이북을 사고 싶었던 이유와 크게 관련이 있다. 위에 쓴 것처럼 여러 잡지에 관심이 가는데, 수납공간의 문제가 있어서ㅠㅠ 음반이랑 블루레이랑 책 놓기도 바쁜데, 꾸준히 오게 되는 잡지까지 생기면 상황이 많이 난감해진다. 이북리더기로 잡지를 볼 수 있으면 공간 문제가 가뿐히 해결되어 행복해질 텐데, 잡지들은 이북으로 잘 안 나오더라... 이게 뭐야... 잡지야말로 이북으로 보기에 가장 좋은 책 아닌가? 근데 없어... 아... 이북은 무슨...


4.


방학에 PS4를 질러서 블러드본과 위쳐3를 같이 샀는데, 방학 내내 위쳐3만 하고 있다. 처음에는 둘 다 번갈아가며 조금씩 했는데, 블러드본은 유다희씨 보느라 피곤해지는 반면 위쳐3는 게임 시스템에 적응이 되어가면서 재미가 커지다 보니 이렇게 됐다. 1회차는 우선 어려움으로 깨고 2회차는 뉴게임 플러스를 통해 각종 DLC 다 받고 확장팩 깔아 하는 중. 다음 확장팩 나오기 전에 지금까지 나온 거는 다 끝내야 하는데...


5.


근데 설날 PSN 할인에 세뱃돈 대부분을 다 써버렸다. 할인폭이 꽤 커서 새벽에 눈이 휙 돌아가 마구 질러버리고 말았네. NBA 2K16, 피파 16, 파크라이4, 레인보우 식스 시즈, 어쌔신 크리드 블랙 플래그를 질렀다. 미친 짓이었어... 방학도 거의 끝나가는 데다가 3학년부터는 진짜 바쁘다는데, 게임을 언제 하냐... 위쳐3도 아직 한참 남았고 블러드본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내가 미쳤지 정말... 레인보우 식스 시즈는 순수 멀티용 게임인데, 그것도 모르고 사서 난감하고... NBA 2K16 이 미친 게임은 튜토리얼도 제대로 안 되어 있고... 이래서 충동구매가 안 된다니까ㅠㅠ 아이고 아이고ㅠㅠ


6.


배구! 현캐는 사랑입니다♡ 지역 연고지라 2~3년에 한번씩 삼성이랑 하는 경기를 직관하긴 했지만, 그때는 꽂히지까지는 않았었다. 근데 올해는 달라! 배구를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여친을 데리고 장충에서 경기를 보러 간 것이 시작. 스피드배구라고 하는데, 확실히 옛날에 보던 것과는 뭐가 다르긴 달라 이번 연휴에 마음 잡고 옥저랑 하는 경기를 봤는데 와... 현캐 응원하는 사람이라면 미치지 않을 수 없는 경기를 봐버렸다. 한참 옛날 밀란이 산 시로에서 맨유 3:0으로 바르던 경기 이후 이런 카타르시스는 처음이야! 네, 배구 보겠습니다.


타이밍도 적절하다. 내가 대충 05~06부터 밀란빠를 했는데, 챔스 우승이랑 리그 우승 한 번 이후 지금까지 쭉 내리막. 최근은 그나마 살아나는 기미가 있긴 하지만, [베]랑 [갈]이 꺼지지 않는 이상 체질개선을 무리겠고. 어쨌든! 밀란이 망해가니까 슬그머니 야구로 들어와 한화팬을 했는데, 한화야 뭐 알다시피... 김성근 감독이 온 작년은 그나마 크게 기대한 시즌이었으나 결과는 모두 아는 대로. 올해는 용병에도 크게 지르고 정우람도 있어서 작년보다는 기대되지만... 내가 다행히도 일찍 체득한 진리 중 하나는 '시즌 전망은 최대한 비관적으로 보고 시작해야 실망도 없다'라서;; 그래도 10년 이후 가장 가을야구 가능성이 큰 시즌이긴 한 것 같다. 쳇.


아, 그냥 색깔 뚜렷하고 팀도 잘하고 팬서비스도 확실한 데다 천안이 고향이고 본가가 계속 천안에 있는 나니까 현캐 응원하겠습니다. 살다 살다 응원팀 경기 시간을 일정 어플에 기록한 적은 처음이다. 빨리 경기 날이 왔으면.


7.


저번 토요일부터 속이 안 좋더니 수요일 저녁에 라면을 먹고 제대로 체해버렸다. 예전부터 술을 많이 마시면 머리가 아픈 적은 없어도 꼭 속이 안 좋아서 위장이 약한 것은 알고 있었는데, 최근 지리산 가서도 체하고 연휴에도 체하고 보니 진짜 약하긴 약한가 보다. 이제 몸을 생각하며 살아야겠다. 우선은 음식을 꼭꼭 씹어 천천히 먹어야지. 늙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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