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듣는

쉬프의 슈베르트 방랑자 환상곡





F.Schubert : Wanderer Fantasy in C major, D760


Andras Schiff


ECM



추석 일정을 끝내고 느긋하게 집에서 쉬고 있다. 지금 꺼내 듣는 음반은 쉬프의 슈베르트 환상곡 음반.


딱히 슈베르트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진 않았는데, 막상 음악을 틀고 보면 슈베르트인 경우가 많다. 가끔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가 누구냐'는 질문에 '네가 아는 작곡가 전부요'라고 대답했었는데, 이젠 그냥 슈베르트라고 대답할까 봐.


처음 들은 방랑자 환상곡은 리히터의 EMI 드보르작 피아노 협주곡과 커플링된 연주. 그다음은 아마 폴리니. 두 연주가 충분히 만족스러웠음에도 쉬프의 음반을 또 지른 이유는 단순히 내가 쉬프를 좋아해서. 그리고 저 둘과는 전혀 다른 방랑자 환상곡을 들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로.


솔직히 리히터와 폴리니의 연주를 들으며 곡의 해석폭이 넓지 않으리라 지레짐작했었다. 쉬프가 아무리 저들과 색이 다르다고는 해도 오차범위 내일 거로 생각했었지. 하지만 얼마나 주제넘은 단견이었던지.


공간을 울리는 깊은 페달링, 그의 전매특허라 할 수 있는 잔잔한 물에 이는 파문과 같은 부드러운 터치, 기개 넘치는 곡의 구성에 얽매이지 않는 해석... 바흐 전문가라는 세간의 평에도 오히려 4악장의 푸가에 구애받지 않는 모습은 신선하기까지 하다. 어디까지나 이 곡은 '환상곡'이며 슈베르트는 '노래'해야 하는 작곡가라는 사실을 청자에게 주지시켜주는 느낌.


내가 쉬프빠돌이라고는 해도 데카시절은 제외였는데, 글을 쓰니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박스도 궁금해진다. 브렌델, 바두라-스코다, 켐프나 생각하고 있었지 쉬프 슈베르트는 관심 밖이었는데. 소나타도 방랑자 환상곡과 같은 기조의 해석이라면 내가 무척 좋아할 것 같단 말야.


아, 위 음반에는 아내와의 바이올린과 피아노를 위한 환상곡도 실려있다. 방랑자 환상곡까지 해도 음반 플레잉 타임이 50분밖에 안 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50분은 클래식 음반에 좀 아쉽단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