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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탈 때 - 한용운 달 아래에서 거문고를 타기는 근심을 잊을까 함이러니 처음 곡조가 끝나기 전에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 되고 거문고 줄은 무지개가 됩니다. 거문고 소리가 높았다가 가늘고 가늘다가 높을 때에 당신은 거문고 줄에서 그네를 뜁니다 마지막 소리가 바람을 따라서 느티나무 그늘로 사라질 때 당신은 나를 힘없이 보면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아아 당신은 사라지는 거문고 소리를 따라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와우. 맙소사. '님의 침묵'은 시집에 실린 시 대부분이 '님' 타령이라(한용운님 죄송합니다ㅠㅠ) 읽는 내내 시큰둥했었는데...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 되고 거문고 줄은 무지개가 됩니다' 라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 일이야 누군들 겪어보지 않았겠느냐마는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다..
까마귀의 노래 - 유치환 내 오늘 병든 짐승처럼추운 십이월의 벌판으로 홀로 나온 뜻은스스로 비노(悲怒)하여 갈 곳 없고나의 심사를 뉘게도 말하지 않으려 함이로다. 삭풍에 늠렬(凜烈)한 하늘 아래까마귀 떼 날아 앉은 벌은 내버린 나누어대지는 얼고초목은 죽고온갖은 한 번 가고 다시 돌아올 법도 않도다. 그들은 모두 뚜쟁이처럼 진실을 사랑하지 않고내 또한 그 거리에 살아오욕을 팔아 인색의 돈을 벌이하려거늘아아 내 어드메 이 비루한 인생을 육시(戮屍)하료. 증오하여 해도 나오지 않고날씨마저 질타하듯 춥고 흐리건만그 거리에는 다시 돌아가지 않으려노니나는 모자를 눌러쓰고 까마귀 모양이대로 황막한 벌 끝에 남루히 얼어붙으려노라. 유치환, 청마시초 나를 시의 세계로 인도해 줬던 사람은 한 시집에서 마음에 드는 시 3~4편만 찾아도 성공하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