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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티의 베르디 오텔로 (08년 잘츠부르크)




왜 오텔로는 볼때마다 눈물이 나는 거냐!


영상물 이야기 하기 전에 작품 얘기 먼저. 확실히 오텔로는 리브레토가 잘 짜인 느낌이다. 오텔로 전에 봤던 영상물이 하필 마술 피리여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군더더기 없이 등장인물과 사건을 이어나가는 오텔로의 리브레토가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음악적으로도 훌륭하고. 리골레토나 라 트라비아타가 더 대중적이긴 하지만, 깊은 맛은 역시 오텔로라는 느낌? 이제 슬슬 베르디 맛을 알아가는 것 같다.


보기 전에는 테너 걱정을 좀 많이 했다. 무티가 CSO와 낸 오텔로에서 실망했던 테너가 바로 이 영상물의 테너라는 소리를 듣고? 역시나 esultate에서 별다른 위압감이 느껴지지 않아 다시 시무룩... 근데 다행히도 거기서만 실망스럽더라. 비주얼이 확실한 장군감이라는 점도 좋았고 목소리 자체도 나쁘지 않고 노래도 괜찮고. 괜히 델 모나코랑 비교해 esultate 약하다고 해서 미안해요.


카를로스 알바레즈의 이아고는 우와... 성악가를 잘 몰라 얼마나 유명한 분인지는 모르겠으나 꽤 감탄했다. 주인공 오텔로보다도 많은 것이 요구되는 배역이라고 생각하는데, 노래도 잘 부르고 연기까지 훌륭하니 더할 나위 없더라. 영상물에서 가장 보기 즐거운 성악가였다.


데스데모나의 Poplavskaya는 내 생각에 데스데모나를 하기엔 목소리가 너무 굵더라. 물론 데스데모나가 오텔로의 추궁에 가끔 울컥울컥 하는 장면이 있기에 그런 장면에서는 괜찮았지만, 전체적으로 지고지순한 순백의 가녀린 여성의 목소리라기엔 좀... 하지만! 노래가 부족한 것은 아니었으니 큰 불만은 없었다. 단지 3막 즈음 되어 소프라노의 얼굴이 조석 '마음의 소리'에 나오는 캐릭터와 같은 형태라는 사실을 깨닫고는 집중이 안 되었을 뿐...


잘생기고 깨끗한 목소리의 카시오는 그것이 가장 중요한 미덕이었으므로 불만 없음!


걱정했던 무티의 지휘는 선방이었다. 성악가를 받쳐줄 때의 세심한 오케 운용이 듣는 재미가 있었다. 단지 오케 단독으로 힘을 내줘야 할 부분에서는 아쉽더라. 오케가 다른 오케도 아니고 빈필인데, 기대한 만큼의 힘은 안 나오더라. 당장 바렌보임의 스칼라 반지에서는 오케때문에 짜릿짜릿했던 경험을 몇 번이나 했는데! '물'티라고 놀릴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무티에 대한 평가는 더 유보해야 할 것만 같다.


연출은 큼직한 부분에서보다는 작은 부분에서 소소한 즐거움이 있었다. 상황에 따른 성악가들의 작은 움직임 하나하나가 연출가의 꼼꼼한 지시에서 나왔음을 느낄 수 있었다고나 할까. 무대 한켠에 둔 꽂아둔 칼이나 무대 중앙의 단상(?)은 대단한 것도 아니었지만, 활용은 참 잘하더라. 휘황찬란한 소품이 없어도 쓰기에 따라 멋진 효과를 낼 수 있음을 깨닫게 해준 연출이었다.


총평하자면 괜찮은 노래와 선방한 오케와 꼼꼼한 연출의 3박자가 어우러진 만족스러운 영상물이었다. 그래 적어도 이정도는 해줘야 영상물 보는 재미가 있지! 이러니 이제 정명훈의 오텔로가 궁금해지는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