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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 탈 때 - 한용운

 달 아래에서 거문고를 타기는 근심을 잊을까 함이러니 처음 곡조가 끝나기 전에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 되고 거문고 줄은 무지개가 됩니다.

 거문고 소리가 높았다가 가늘고 가늘다가 높을 때에 당신은 거문고 줄에서 그네를 뜁니다

 마지막 소리가 바람을 따라서 느티나무 그늘로 사라질 때 당신은 나를 힘없이 보면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아아 당신은 사라지는 거문고 소리를 따라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한용운, 님의 침묵


와우. 맙소사. '님의 침묵'은 시집에 실린 시 대부분이 '님' 타령이라(한용운님 죄송합니다ㅠㅠ) 읽는 내내 시큰둥했었는데...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 되고 거문고 줄은 무지개가 됩니다' 라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 일이야 누군들 겪어보지 않았겠느냐마는 그걸 어떻게 표현하느냐는 다른 차원의 문제인 거다.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은 정말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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